저렴한 가격 탓에 ‘왕이 부럽지 않은 가난’이란 별명을 가진 서민들의 술, 진은 원래 약품이었다고 한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의 교수이자 의사였던 프란시스 뮤스 드라보에가 이뇨제로 알려진 노간주나무 열매의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알코올에 넣고 증류하여 약국에서 팔게 한 것이 진의 유래.
진은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의 진 산업은 18세기 들어 급성장해 본산지인 네덜란드를 앞질렀는데, 진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들 때 영국 전역이 온통 주정뱅이 세상이 된 듯했다는, 영국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얘기도 전해진다. 이후 진은 미국으로 건너가 칵테일 베이스로 널리 애용되면서 세계적인 술이 됐다.
진은 네덜란드 진과 영국 진으로 나뉜다. 영국 진은 원료인 곡류를 혼합해서 당화, 발효시킨 뒤 먼저 연속 증류기로 증류해서 알코올 90-95%의 순수한 곡물주정을 얻은 다음 각종 향료 식물을 섞어 단식 증류기로 두 번재 증류를 한다.
이에 비해 네덜란드 진은 곡류의 발효액 속에 향료식물을 넣어 단식 증류기로만 2-3회 증류해서 55% 정도의 주정을 만든다. 이것을 술통에 단기간 저장하고 45% 정도까지 증류수를 묽게 해 병입, 시판하는 전통적이 제조방법을 고수해 짙은 향내와 감미가 나며 칵테일용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더 좋다.
진은 숙성시키지 않기 때문에 제조된 지 한 시간도 안 돼 마실 수 있고 저장할 필요도 없다. 마시다 남은 것을 저장할 때는 안쪽에 유리가 있는 탱크를 사용한다. 간혹 와인이나 셰리의 빈 통에 넣어두면 색갈이 노랗게 되는 수가 있는데 이것이 풍류객들 사이에 귀중하게 여겨지고 있는 ‘옐로 진’이다.
진은 그 자체로도 송진 냄새같은 독특한 향과 풍미를 갖고 있지만 칵테일 베이스로도 없어서 안 될 술이다. 진을 이용한 칵테일에는 마티니, 진 피즈 등이 대표적이다.